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짓는 줄다리기가 오는 11일 시작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변수가 심의 전반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경영계가 '동결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가운데, 경기 방어와 소비 촉진을 위해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해도 쉬운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매년 최저임금 제도 전반에 관한 사안을 심의하는 고용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1일 오후 3시 제1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급 8590원이다.

이로써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과 제도 개선 사항을 논의하는 심의 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된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근로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은 최저임금법에 따른 논의 시한인 오는 29일(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으로부터 90일 이내)까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도 노사 간극이 큰 관계로, 지난해처럼 논의 시한을 넘기는 '마라톤 심의' 가능성이 짙은 상황이다.
끝내 정해진 기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고용부 장관이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8월5일' 이전까지로 시한은 미뤄지게 된다.


◇분위기 잡는 경영계…"중기 88% '동결·삭감' 요구"

경영계는 선제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 중인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1차회의 사흘 전인 전날(8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88.1%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이 "올해와 같거나 낮아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기업 여력이 대거 축소됐단 주장이다.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이 동결 또는 감액된 적은 없었다. 경영계의 동결론이 현실화한다면 34년 만에 첫 제자리걸음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인상될 경우 절반 이상 기업이 '신규채용 축소'(44.0%) 또는 '감원'(14.8%)에 나설 것이라고 응답한 점을 근거로 동결론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기는 급격히 악화됐고, 이에 따른 고용충격은 올 하반기에 심화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현 정부 최대 역점인 고용 유지가 자칫 휘청일 것이라는 강력한 논리다.


◇방어하는 노동계…"정부, 내수 활성화한다지 않았나"

노동계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이들 역시 만만찮은 논리로 무장한 뒤 심의에 임할 계획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1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논평에서 "근본적인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민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대표적인 예시로 '최저임금 인상'을 들었다.

또 경총과 중기중앙회의 설문조사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저임금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최저임금 동결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고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임금 격차와 불평등은 더욱 확대되고, 사회 양극화는 심화된다"고 맞받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6.1% 인상)과 1999년(2.7%)에도 최저임금은 인상됐다는 논리 역시 덧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강한 상황이지만, 동결이냐 인상이냐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올해도 제도 개선은 논의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에도 캐스팅보트는 공익위원이 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익위원을 더욱 잘 설득할 '수치'를 제공하는 측이 승기를 잡게 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예컨대 지난해 심의 당시 공익위원들은 미중 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영향으로 실물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3% 인상조차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로 공익위원들은 3%대 인상에 해당하는 8600원보다 10원 적은 경영계 안(2.9% 인상)을 택했다.

출처: 뉴스1코리아(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2&sid2=251&oid=421&aid=0004684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