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빨간기둥’으로 불리는 파크원(Parc1)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상 69층과 53층짜리 오피스타워와 백화점, 호텔 등 총 4개동으로 구성된 파크원은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다.
이 가운데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더현대서울’은 지난 2월 말 개장 후 한달여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3ㆍ1절 연휴에만 100만명 이상이 찾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른바 ‘인스타(인스타그램) 성지’로 통한다.

그 비결은 축구장 13개(8만9100㎡) 크기의 전체 면적 중 절반을 점포 대신 숲과 인공폭포 등 자연친화적인 휴식ㆍ문화 공간으로 조성한 덕분이다.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깬 역발상 전략을 가능케한 숨은 조력자는 바로 파크원의 ‘대공간(大空間) 구조에’ 있다.

파크원은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그리니치의 밀레니엄 돔, 뉴욕 신 세계무역센터(3번 타워)를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의 작품이다.
지금은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지만 각종 분쟁 탓에 7년간 공사가 중단되는 등 설계에서 준공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그 사이 건축주와 건축설계사, 시공사 등이 모두 바뀌었지만 구조설계를 맡은 동양구조안전기술은 유일하게 파크원의 탄생부터 완성까지 함께했다.

정광량 동양구조안전기술 대표는 “건물이 특이하다 싶으면 뼈대(구조)가 특이하다고 보면 된다”며,
“파크원은 국내 최초로 ‘메가 브레이스 프레임(Mega Brace Frame)’을 적용하는 등 구조미와 대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하이테크 구조기술이 총동원됐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파크원은 내부 공간의 면적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특히 더현대서울이 입주한 백화점동은 1층부터 8층까지 기둥을 전부 없앴고,
1∼5층은 매장 동선을 타원형 순환구조로 설계했다. 덕분에 고객들이 매장을 걷는 동선 너비도 최대 8ｍ로, 기존 백화점보다 2∼3배 넓게 만들 수 있었다.

더현대서울의 지붕은 유리천장 위에 거대한 방패연 3개가 떠 있는 모습이다. 철골 트러스 구조의 방패연은 무게만 880t에 달한다.
지붕의 크기는 가로 134ｍ, 세로 59ｍ로 축구 경기장보다 넓다.

이처럼 크고 무거운 방패연 구조를 잡아주는 것은 8개의 대형 철골 프레임(이하 크레인)이다. 8마리의 학이 3개의 방패연을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방패연의 4개 꼭짓점은 크레인과 줄로 연결되고, 크레인은 다시 4가닥의 줄로 건물 벽체에 단단히 고정된다.
철골 구조 특성상 여름ㆍ겨울 온도 차에 의한 하중 변화까지 계산한 치밀한 구조엔지니어링 기술이 적용됐다.
더현대서울의 약 60ｍ짜리 실내 ‘무주공간(기둥 없는 공간)’은 이렇게 탄생했다.

파크원의 초고층 오피스동 역시 대공간 확보를 위한 다양한 구조기술을 적용했다.
높이 500ｍ 이상의 초고층빌딩은 바람, 지진 등 횡력(수평으로 작용하는 힘)을 견뎌내도록 설계한다.
롯데월드타워, 타워팰리스 등은 횡력과 싸우는 기술로 ‘아웃리거-벨트트러스’ 시스템을 채택했다.
엘리베이터가 지나는 건물의 중심축인 코어(Core)와 메가 기둥을 연결(아웃리거)하거나,
건물 중간에 벨트(띠)를 두르듯이 철골기둥끼리 단단하게 연결(벨트트러스)하는 방식을 혼용하는 기술이다.

반면 내부 실의 면적을 극대화해야 하는 파크원은 코어의 면적을 줄이는 대신 외벽 구조물을 죔쇠(브레이스)로 촘촘하게 엮은 ‘메가 브레이스 프레임’ 시스템을 썼다.
‘빨간기둥’은 외벽을 지탱하는 대형 H형강(기둥)을 노출한 것으로, 한 코너에 2개씩 총 8개가 있다.
정 대표는 “내부 공간 활용을 최대화하면서 횡력에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코어는 횡하중에 대해 약 15%, 외부 메가시스템은 약 85%의 비율로 분담해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크원은 규모 6.0, 진도 7.0의 지진과 초속 70ｍ의 강풍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속이 텅 빈 듯한 대공간이 활용성은 높지만 일부에선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공은 물론이고 운영과정에서도 초고층빌딩은 구조적인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파크원의 경우 시공 과정에선 3D 스캐너와 드론을 이용한 3차원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시공 오차를 줄이면서 건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준공 후에는 초고층재난관리법에 따라 구조건전도모니터링(SHM)을 받는다.
현재 GPS 3대, 풍향풍속계 1개, 경사계 7개, 가속도계 21개, 변형률계 128개 등 촘촘한 모니터링 장비가 파크원 곳곳을 그물망처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정광량 대표는 “건축물의 뼈대에 대한 중요성은 가장 근본적인 것이고 변하지 않는 가치”라며, “초고층 빌딩이나 공항, 대형 운동장처럼 대공간을 필요로 하는
건물은 더욱더 고도화된 건물구조디자인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대한경제신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41315560441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