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연명 중인 관광업체들이 정부 지원금이 끊긴 이후에도 최소 2개월 동안은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직 위기에 처한 관광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이 제한적으로나마 보장된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노사정이 대화를 꾸준히 추진해 온 결실로 평가된다.
19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따르면, 전날 산하 관광산업위원회가 '관광산업 생태계 유지와 고용안정을 위한 긴급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지원금 종료일 기준 최소 2개월 안에는 인력을 감축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유지지원금이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감원 대신 유급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일부(50~90%)를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최장 지원기간은 180일이어서 오는 9월이면 대부분 업체에 지원 종료기한이 도래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한해 지원기간을 60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관광업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최소한 올 연말까지 줄 수 있게 된다.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등 4개 관광업종이 지난 3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다.

경사노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2개월 동안의 집중적인 논의 끝에 도출됐다.
최근 여행업, 관광숙박업, 면세점업 등 관광산업은 코로나19 사태가 반년 이상 장기화하면서 고용이 크게 위축됐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에 노사정은 무엇보다 '고용유지'에 힘을 합치기로 이번에 뜻을 모았다. 이는 단순히 노동자 보호를 위한 기업 '팔 비틀기'가 아니다.
업계 입장에서도 대면 서비스에 뛰어난 숙련 노동자들이 업계를 떠날 경우 추후 피해가 극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숙련 노동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데 노사 모두가 생각을 같이 한 결과다.

또 숙련 노동자의 '풀'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계약직·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노사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용구조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합의문은 "노사는 계약직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고용유지지원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고용 취약계층 보호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광업 지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내수 활성화를 위해 현재 거의 고갈된 관광진흥개발기금 확충에 노력하겠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이번 합의에 참여한 위원은 모두 13명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위원장을, 한국호텔업협회·한국면세점협회·한국여행업협회(경영계)와 팔래스호텔노조·롯데면세점노조·모두투어노조(노동계)가 노사 대표를 맡았다. 관광산업의 기둥을 이루는 3대 협회가 참여한 만큼 합의에 신뢰성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코로나19 위기 속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증명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내년 관광업체들의 고용유지 이행 여부에 따라 노사정 합의의 실효성을 알아볼 '시험대'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합의된 고용유지가 약속한 대로 이행된다면, 위기 상황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의심하는 일부 노동계 진영을 설득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법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는 현재 양대노총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만 참여 중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과거 법정 사회적 대화기구였던 노사정위원회를 경사노위로 개편한 이후에도 사회적 대화에 불참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밖에서 추진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함께했으나, 내부 반대에 가로막혀 최종 합의문을 추인받지 못했다.
결국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만이 협약에 서명을 마쳤고, 양대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국난 극복용 노사정 합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가 마지막이 됐다.
이후 노사정 합의를 직접 추진해 온 민주노총 직선 2기 지도부는 자진 사퇴했다. 지금은 보다 강경한 성향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연말 직선 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를 준비 중이다.
대체로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이 당분간 사회적 대화에 강경한 태도로 불참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뉴스1(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____03&sid2=237&oid=421&aid=0004820697)